Apr 4, 2012

오커와 그림자의 도시

베니스 여행 첫날은 솔직히 그닥 즐겁지 않았습니다. 베니스는 몇 개의 zone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날 묵은 호텔이 위치한 싼타 크로체라는 구역이 너무나도 북적거린달까요, 여행객들도 엄청 많고 여기저기서 상술도 느껴지고요. 무엇보다도 베니스의 특징이랄 수 있는 좁은 미로같은 골목길이 항시 길을 잃을 것 같다는 공포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여행 둘째날,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두번째 호텔이 위치한 돌쏘두로라는 구역이 훨씬 나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조금 더 한적하고 이탈리아 답달까요, 암튼 제가 제목붙인 '오커와 그림자의 도시'라는 생각도 그곳에서 나왔지요.


왼쪽에 보면 짙은 노란색 비슷한 건물이 보이죠. 바로 옐로우 오커라는 색깔의 계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색인데요.. 사실 파리는 그다지 원색적인 도시는 아닌데 베니스는 그에 비해 다채로운 색깔을 가졌더군요. 그중에서도 이 오커의 톤을 지닌 건물이 종종 눈에 띄어 제 기분을 좋게 해주었습니다.







나름 여행의 목적을 그림을 위한 사진스케치를 하는 것으로 잡았던 저는 어느 순간엔가 제가 오커를 따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오커와 함께 저를 반겨준 것은 베니스의 물과 좁은 골목길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였습니다. 물에 비친 건물의 그림자도 좋았지만 좁은 골목길을 비추는 한줄기 빛에 드리워진 그림자 역시 뭔가 여운을 남기더군요.


디카로는 이 그림자들의 여운이 잘 포착이 안되지만 그래도 그림작업 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것 같아 반갑게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한참 거리의 풍경 사진을 찍다보니 문득 사람들의 표정이 읽고 싶어 졌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베니스의 여정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니 마침 항공사 홍보책자에 베니스가 소개되어 있더군요. 공포의 도시라고요.. 유명한 공포영화의 배경으로 베니스가 종종 등장한다면서 영화 슈팅을 했던 곳을 소개하더군요. 우리가 아는 낭만의 도시와는 정반대 이미지.. 베니스 가기전에 이 책자를 봤더라면 조금은 무서웠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아테네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