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7, 2012

옛사랑

옛것에 대한 사랑. 프랑스나 유럽에서 느끼는 정취 중 하나가 바로 이 옛것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도 지하철 타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쳐다보고 있기는 마찬가지죠. 그래도 길거리에 여전히 공중전화가 남아있습니다. 어떤 동네는 불과 50미터 간격으로 공중전화가 있기도 했어요. 미술도구 사러 파리11구 볼떼르 역 근처 가는 길에서 공중전화가 많이 보이길래 한 번 찍어봤습니다.


명품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도시 중 하나가 바로 파리일 테지만 옷수선샵 역시 많이 볼 수 있는 곳 또한 파리입니다. 백화점서 바지를 하나 샀는데 너무 길어서 백화점에 수선을 맡기려고 봤더니 너무 비싸더군요.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었죠. 그래서 길가의 수선샵에 맡겼습니다.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한테 뭔말인지 모를 초급 불어로 설명했는데 너무나도 맘에 드는 바느질을 해주셨답니다.



옛것에 대한 사랑하면 왠지 서민적인 냄새가 나죠. 제 생각에 파리의 베이커리 빵들중 가장 서민적인 느낌이 나는 것이 이 슈케트 입니다. 보통 프랑스 하면 바게뜨 빵 이지만 바게뜨는 뭐랄까 서민적이기도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 추천 레스토랑에서도 맛볼수 있잖아요. 이 슈케트는 보통 베이커리에 가면 큰 유리단지에 담아놓고 한 봉지씩 팔곤 합니다. 한 봉지에 2유로 정도 되네요. 그림 친구 영국인 조지가 한 번 화실에 가지고 와서 먹어 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홀딱 반했습니다. 가끔 길가다가 한 봉지 사서 먹곤 하는데 왠지 군고구마 내지 군밤 한 봉지 사서 먹는 느낌 같았어요. 맛은 전혀 틀리지만요.

댄서 니콜

오늘 드로잉에는 새로운 모델이 왔습니다. 니콜.







직업이 댄서라서 그런지 생동감있는 포즈들을 취해줘서 드로잉연습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졸작이지만 나름 연습과정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오늘 한 작업들을 올려봤습니다.

Mar 22, 2012

예술의 고가다리

불어로는 Viaduc des Arts라고 쓰고 '비아뒥 데자르'라고 읽지요. 파리 12구에 있는 공예품 거리 이름이예요.



돔므닐가를 따라 쭉 뻗은 고가밑에 아치형의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직접 제작하고 있는 풍경을 볼 수 도 있습니다.












이런 아기자기한 각종 공예품들을 전시하고 팔기도하는 곳이죠.



돔므닐가 어디쯤 가면 꽤 이름난 곳도 몇 군데 있다고 들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중간에 까페에 앉아 쉬기로 했습니다.



까페 안에서는 한낮인데도 재주 연주가 한창이고요.



햇살이 좋길래 저는 까페 밖 노천에서 까페 알롱제를 마셨습니다. 프랑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으면 까페 알롱제를 시켜야 한다길래 마셔봤더니 양도 적고 여전히 쓰고 맛이 별로 였습니다.



커피를 한참 마시다 보니 시야에 들어오는게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바로 이 표지판인데요, 위에는 '나는 나의 동네를 사랑합니다'라고 씌여있고요, 밑에는 Je ramasse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줍다, 내가 모으다' 뭐 그런 뜻이예요. 파리에 어느 정도 산 사람이라면 글의 뜻은 전혀 모르더라도 그림만 봐도 무엇을 뜻하는 표지판인지 금방 압니다. 바로 개가 싼 오물을 주인이 치워야한다는 내용이예요. 파리를 산책하다보면 큰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개가 싼 오물입니다. 저도 길을 걸을 때 항상 밑을 염두에 두고 걷거든요. 파리 사람들은 지하철에도 백화점에도 슈퍼에도 개를 끌고 다닐 정도여서 길거리 여기저기 오물이 있습니다. 근데 뭐 사람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더라고요. 한번은 옛날에 한국에서의 개똥녀 사건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왜 지하철에서 자신의 애완견이 싼 오물을 안 치워서 맹비난을 받았던 사람이 있었잖아요. 개똥녀가 파리에서 그랬다면 전혀 욕먹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암튼 저는 개의 오물에 까지 관용을 베풀 정도로 아량이 넓지는 못해서 저 표지판은 참 잘 세워두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ar 21, 2012

아뜰리에 둘

제가 그림 연습을 하는 또 다른 아뜰리에는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Villa Bastille라는 곳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스띠유 광장 근처에 있지요.


유명한 바스띠유 광장입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가는데 오늘이 첫날이었습니다. 아담한 스튜디오예요.



그림 그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아크릴화를 그리려고 캔버스에 엷은 노란색 물감으로 코팅을 했습니다.  그 위에 차콜로 드로잉을 하고 색칠을 하는 것이죠.



역시 티타임이 빠질 수가 없죠. 특히나 벽난로에 불을 지펴놓고 가진 티타임이라 더 운치가 있었습니다. 맨 왼쪽이 플로랑스, 그 옆이 필립, 그 다음이 바로 그림 선생님 패트릭입니다.



가장 막내인 16살 일린느.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름이 희귀하다고 멋쩍어 했던 얀.

최근에는 아침형 인간이 되어서 저녁 작업이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유쾌했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켜진 오페라 바스띠유 극장을 보면서 불어 선생님 뮤리엘이 얘기한 공연소식지 파리스코프를 한 권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Mar 20, 2012

아뜰리에 하나

제가 다니는 아뜰리에는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다가 파리에 정착한 화가 Jan Olsson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지난 주 2일에 걸친 워크샵을 하면서 아크릴화 한 점을 완성했고요, 오늘은 드로잉 연습이 있는 날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리15구에 있는 Jan의 스튜디오 입니다. 가운데 모델이 서게 되고 둘러 앉아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한쪽에는 여러가지 화구들이 있고요.


시작하기 전에 Jan과 먼저 한 컷! 지난 주 워크샵때는 손수 야채 스프와 스피니치 펜네를 맛있게 만들어 주어서 참가자들과 즐거운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땡큐, Jan!!











제가 그린 그림들입니다. 한 포즈에 채 10분이 안되는 시간안에 빠르게 드로잉하고 수채물감과 구아슈 마커를 이용해서 표현을 합니다. 나름 다양한 기법으로 실험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중간에 티타임도 가지고요.



모델을 해주는 데보라.



맨 왼쪽이 크리스티나. 프랑스인 남편을 둔 재미교포입니다. 그 옆이 영국인 조지. 한국인 자녀 둘, 베트남인 자녀 둘을 입양했다고 합니다. 셋이서 파리에 있는 한국식당 얘기를 한참 했습니다.

오늘도 후딱 세 시간이 지나는 동안 10점의 습작을 하였습니다. 그 중 2점을 Jan에게 주고, 화구를 챙겨 햇살이 가득한 거리로 향했습니다.

Mar 19, 2012

책과 낭만

언제인가 왜 서점이 로맨틱 영화에서 종종 모티브가 되는 걸까 의아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에 무슨 낭만이 있을까.. 암튼 남녀 주인공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만나기도 하고, <노팅힐> 같은 영화에서는 아예 남자주인공이 서점 주인이기도 하고 말이예요... 파리에도 많은 서점이 있습니다. 프낙 fnac 같은 대형서점은 워낙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밖에도 둘러볼 만한 서점들이 있지요. 어차피 낭만으로 이야기를 꺼냈으니까 영화 <비포 선셋>에서 줄리 델피와 에탄 호크가 재회하는 배경이 되었던 서점, Shakespeare and Company를 먼저 둘러볼까 합니다.


외관은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노트르담 성당 맞은 편에 있기는 하지만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죠.



들어가면 책을 사러온 사람들 보다는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나지요.



이층의 리딩룸으로 올라가보려고 합니다.





빨간색의 낡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햇살이 환히 들어오는 리딩룸을 맞닥드리게 됩니다.





창문으로는 노트르담 성당이 보입니다.



오래된 타자기가 고풍스럽네요.



다른 한 켠에서는 두 사람이 체스를 열심히 두고 있습니다.





어쨋든 전반적인 소감은 한 번 쯤은 둘러볼 만하지만 제 hangout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파리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느낀거지만 레스토랑이든, 서점이든, 각종 샵이든, 이름 날리는 유명한 곳은 다 관광객들로 북적여서 파리지앵다운 운치를 느낄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자주 가게될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파리 사람들이 자주 가는 서점 중 하나는 소르본대 근처의 지베르 북샵입니다.


여느 서점과 마찬가지로 문 앞에는 헌책들을 팔고 있고요.





5층 짜리 대형 서점인데 분위기가 좋더군요.





쌩 제르맹 대로의 라 윈느라는 서점. 예술관련 서적과 좋은 도록을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Taschen사에서 운영하는 서점. 역시 자사의 미술화보들로 가득합니다.


한국에는 동네서점들이 거의 다 사라졌지만 파리에는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바스띠유 근처에 있는 동네서점 중 하나예요.





좋은 화보들도 많았고, 대중적인 소설, 에세이, 철학서 들도 잘 갖춰져 있더군요.